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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계층 가평 대원사 1박2일 묵언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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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temple 작성일16-03-18 09:45 조회3,8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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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뉴시스아이즈]소외계층 가평 대원사 '묵언수행' 1박2일 동행취재기 
 
【가평=뉴시스】고무성 기자 = 요즘 최고 TV 인기 프로그램 KBS의 ‘1박2일’에 출연하는 최고 엔터테이너들의 입담에 배꼽을 잡고 웃었다. 야박한 세태 속에 강호동의 입담은 가슴속 응어리를 한순간이나마 어루만져주는 ‘청량제’였다.

‘1박2일 묵언수행’. 답답할 것만 같은 묵언수행은 그러나 1박2일의 강호동 패밀리 입담보다 더욱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가진 것은 한 푼도 없는데 스님들은 욕심을 버리고 마음까지 내려놓으라고(下心) 했다. 이런 ‘터무니없는’ 말씀만 하시는데도 이상하게 기분은 갈수록 상쾌해졌다.

기초생활수급자, 노숙인 등 우리 사회의 소외받는 이웃 57명은 이렇게 난생 처음 ‘색다른 경험’을 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경기도 가평군 북면 명지산에 위치한 대원사에 모였다.

서울시가 주최하는 ‘희망의 인문학 과정’ 에 참여한 우리의 이웃들이었다. 이 과정은 서울시가 2008년부터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노숙인 등 소외계층에게 인문학을 통해서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준비했다. 다양한 문화체험 등으로 이들의 정신적인 빈곤을 벗어나는데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서울시는 이들의 재활을 돕기 위해 ‘꿈, 당당한 자신감, 인연, 반드시 이루어 짐’ 등을 주제로 사찰문화체험 시간을 마련했다.

이번 행사를 맡은 서울 동국대에 모여 출발한 것은 28일 오전 10시. 교통정체로 예상보다 늦은 오후 1시에 대원사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3시간 동안 있어서 그런지 출발하기 전 들뜬 표정과는 달리 피곤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의 힘든 기색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대원사로 통하는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자 산 속의 공기가 그들의 심신을 풀어주는 듯했다.

10여분 쯤 올라가자 하늘과 닿을 듯한 대원사가 이들을 맞았다. 계곡에는 소금쟁이 등 곤충들이 맑은 물 사이로 한가롭게 거닐고 있었다. 산 속 곳곳에는 ‘짹짹’ 거리는 새소리도 울려 퍼졌다.

일정이 늦어진 이들은 우선 서둘러 점심을 먹었다. 점심으로 제공된 김치전, 콩나물, 시래깃국 등 절 음식은 소문난 맛 집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한 그릇을 금세 깨끗이 비우고 또 먹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스님 4명과 도우미 4명은 점심을 먹고 나온 이들을 안내했다. 스님들은 이들이 체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휴대폰과 담배, 소지품 등을 압수했다. 이어 1박2일 동안 아무런 말을 할 수 없는 묵언수행까지 해야 한다고 통보받았다.

A(51·여)씨는 “지친 일상 속에서 살다가 이렇게 공기 좋은 산 속에 온 것만으로도 너무 좋다”며 “1박2일 동안의 묵언수행은 아무 것도 아니다”고 즐거워했다.

황토색의 법복으로 갈아입은 일부 참가자들은 “스님, 법복이 너무 커요” “더 작은 건 없어요?”라며 불평을 늘어놓기도 했다. 묵언이란 글자와 이름이 적힌 명찰을 패용한 참가자들은 입재식을 시작했다.

입재식은 수덕 스님의 진행에 따라 개식사,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 및 수행자들에게 지극한 마음으로 돌아가 의지하는 삼귀의를 봉송했다. 또 지혜의 완성을 명상하는 반야심경 독경, 부처님 전에 기도하는 발원문 봉독 등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모두 각기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날만큼은 불교를 존중하며 진지하게 참여했다.

승한 스님은 템플스테이관에서 사찰의 기본예절을 가르쳤다. 딱딱할 줄 알았던 교육은 모두의 예상과 달리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스님은 교육 중간 중간에 “무엇인가를 계속 찾고 있는 스님은?” 등 난센스 퀴즈를 내며 참가자들의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B(57)씨는 “1월 노숙인 쉼터인 보혜의 집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서울역 등에서 노숙생활을 했었다”며 “프로그램을 통해 희망을 찾아 자활의 의지를 다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예절교육이 끝나고 좌선명상 시간에는 가부좌 자세를 하면서도 코를 고는 사람, 안경을 벗고 잠든 소년, 꾸벅 꾸벅 조는 사람들도 있었다. 스님이 죽비를 치는 소리가 절 안에 울려 퍼졌지만 이들을 깨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스님의 “마음을 텅 비워라”는 말에 따라 깊은 사색에 잠기며 명상에 몰두했다.

‘깨어있는 잠’ ‘정신적인 잠’에 이르는 요가 니드라(Yoga Nidra) 시간에는 강사의 포즈를 따라 하기 위해 앉아서 교육을 받던 참가자들이 모두 일어섰다. 참가자들은 쉽게 자세를 따라하지는 못했지만 구슬땀을 흘리며 열중했다.

저녁시간이 다가오자 스님들의 전통 식사법인 ‘발우공양’이 시작됐다. 모든 사람이 같은 음식을 똑같이 나눠먹으며 공동체의 평등과 화합을 다지고, 음식을 한 톨도 남기지 않는 절약정신과 청결하고 경건한 마음을 익혔다.

하지만 발우공양은 일반 사람들이 따라 하기에는 어려운 식사법이라 무려 2시간이나 걸렸다. 이에 여기저기서 “밥 먹는 게 너무 어렵다” “힘들어서 못 하겠다”는 등 불만 섞인 말들이 터져 나오기도 했지만 스님에게 발우공양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듣자 이내 수그러들었다.

이날 마지막 일정으로 ‘나는 누구인가’를 주제로 수덕 스님의 특강이 기다리고 있었다. 수덕 스님은 “우리는 얼마든지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며 “한 생각을 바꾸면 그 자리에서 행복과 평화를 만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정 마지막 날인 29일에는 새벽예불, 108배, 일출명상, 스님과의 대화, 회향식 등이 진행됐다.

C(53)씨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었다”며 “어두운 마음속에 생활하던 그 시간을 멀리하는 그런 마음을 간직하고 떠난다”고 말했다.

D(44·여)씨는 “두 가지 직업으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며 “이번 기회에 가족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히 알게 됐고 희망이란 단어도 내 가슴 속에 깊이 새기게 됐다”고 했다.

1박2일 일정을 마친 참가자들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시 일상 속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로 향했다.

승한 스님은 “참가자들이 생각보다 밝고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며 “묵언과 마음을 아래로 내려놓는다는 하심만 배워가도 사회생활뿐 아니라 유익한 일도 생길 것”이라고 조언했다.

ko6720@newsis.com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30호(6월13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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